오세훈은 어떻게 서울 표심 뒤집었나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전달 받고 환호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전달 받고 환호 하고 있다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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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는 마지막까지 혼돈의 연속이었다. 출구조사 열세, 개표 초반 열세, 투표용지 부족 논란까지 겹친 승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막판 표심을 뒤집고 5선 고지에 올랐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오 후보는 개표 99.54%(14:00 기준) 현재 256만 582표, 49.15%를 얻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5만 3000여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서울시장 투표 결과

결과는 오 후보의 승리였지만, 개표 과정은 막판까지 정반대 흐름으로 전개됐다.

전날 오후 6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 후보 캠프에는 환호가 쏟아졌다.

반면 오 후보 캠프는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실제 개표가 시작되자 흐름은 조금씩 달라졌다.

초반에는 정원오 후보가 우위를 이어갔지만, 개표가 진행될수록 두 후보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4일 오전 오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서면서, 초접전으로 이어지던 서울시장 선거의 흐름은 오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정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며 "시민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제가 부족했다.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더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선되신 오 후보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오 후보는 승리 선언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정에 즉시 복귀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한 안전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참정권 침해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서울서 확인된 견제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울은 지방선거 전체 판세를 가늠하는 핵심 승부처다. 인구와 행정, 경제, 여론 형성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1곳의 승패를 넘어 정국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치러졌고, 민주당도 선거 초반 전국적으로 우세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수도 서울에서는 끝내 승기를 잡지 못했다.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이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평가할 만큼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앞세워 당내 경쟁을 돌파한 후보였던 만큼, 민주당의 서울 패배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오 후보의 역전승에는 정권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 전반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도 서울 유권자 일부는 권력 균형과 견제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오 후보가 막판까지 내세운 '민주당 독주 견제론'도 초박빙 승부에서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흡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전국 선거의 주도권을 확보하고도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내주면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전국적 큰 승리에 감사하다"면서도 "서울 탈환을 못해 아프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상징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서울을 지켜내며 전체 선거 구도에서 최소한의 방어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오 후보가 장동혁 지도부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국민의힘 전체의 승리라기보다 오세훈 개인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결과는 이재명 정부에도 다소 부담으로 남게 됐다. 부동산, 교통, 재개발, 안전 등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핵심 현안에서 야당 소속 5선 시장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판세 흔든 변수들

오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고,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중도·개혁보수 성향 인사들과 접점을 넓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만 머물지 않고 중도·부동층까지 끌어안으려는 포석이었다.

정 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방도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불거졌던 이른바 '칸쿤 출장 논란', 31년 전 폭행 전과 해명 공방, TV토론 회피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정 후보의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오 후보는 이를 후보 검증 문제로 부각했고, 정 후보 측은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박했지만, 막판까지 이어진 논란은 중도층과 부동층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 역시 순탄한 선거를 치른 것은 아니었다.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논란은 전시성 사업 비판으로 이어졌고, 선거 막판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오세훈 시정의 안전 책임론으로 번졌다. 사고 직후 오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서울시정을 맡아온 현직 시장으로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에 오 후보는 위기 국면에서 '시정 책임자' 이미지를 전면에 세웠다. 안전사고라는 악재가 터졌고 민주당의 공세도 거세졌지만, 오 후보는 행정 경험과 현장 대응 능력을 강조하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투표용지 부족' 파동 속 역전

동영상 설명,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 관리 논란까지 겹치며 마지막까지 혼돈 속에 진행됐다. 서울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지연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강하게 항의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투표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며 개표 중단과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날 새벽까지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대치가 이어졌다.

중앙선관위는 긴급회의 끝에 개표 중단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개표는 중단 없이 이어졌다.

이후 개표가 이어질수록 승부의 흐름은 오세훈 후보 쪽으로 기울었고, 오 후보는 결국 막판 서울 표심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초반 불리하던 선거판을 '인물론'과 행정 경험으로 돌파한 오 후보는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기록을 세웠다. 이번 승리로 오 후보는 수도 서울을 지켜낸 보수 진영의 핵심 주자로서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존재감을 한층 키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