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 복귀는 '무너진 팀에 합류하는 철권 통치'

13년 만에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무리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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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3년 만에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무리뉴 감독
    • 기자, 기예름 발라게
    • 기자, BBC Sports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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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단순한 발표를 넘어 하나의 '쇼'처럼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 전략이 늘 의도했던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 화요일 기자회견장에 나온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마치 벙커 속에 고립된 듯했다.

10년 넘게 침묵을 지키던 그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언론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음모론을 거론하며, 자신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내쫓으려면 차라리 "총으로 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흡사 실재하는 적과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의 적에게 포위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혼란스러웠던 한 시간 내내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직감하고 있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엄청난 논란을 남겼던 지난 임기 이후 13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무리뉴의 복귀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상황과 기막힐 정도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고립주의적 사고, '우리 대 세상'이라는 프레임, 피해 의식의 무기화, 언론을 적으로 이용하는 조제 무리뉴의 경영 철학은 페레스 회장이 수년간 공들여 조성해 온 토양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다.

페레스 회장은 심판 판정에 극도로 비판적이며, 언론이 자신을 파멸시키려 한다고 믿고, 스페인 축구 리그가 바르셀로나에 편향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자신의 이상향과 같은 감독을 찾아낸 것이다.

무리뉴의 귀환이 이해가 가는 이유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의 권력층 내부에는 망상이라고 할 만한 묘한 분위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뉴가 부임하면 그 기운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사실 그의 전임자였던 알바로 아르벨로아 감독 역시 이미 권력층의 세계관을 수용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페레스 회장이 무리뉴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마드리드의 라커룸은 분열되어 있다. 선수들 사이에는 다툼이 잦았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사비 알론소가 감독직에서 경질되면서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뤘다. 킬리안 음바페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며, 팀내에서 겉도는 이물질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드리드는 두 시즌 연속으로 주요 우승컵을 하나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이러한 혼돈 속으로 철권통치와 자자한 명성, 불복종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한 남자가 들어오려 하는 것이다. 팀내 스타 선수들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회장에게 무리뉴는 분명 매력적일 카드일 것이다.

하지만 간절함이 곧 현명한 선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마드리드는 '스페셜 원'의 귀환을 축하하기에 앞서, 잘 따져봐야 한다. 과연 무리뉴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복귀 소식에 양분된 팬심... 여전한 과거의 상흔

지표는 냉혹하다. 무리뉴는 지난 11년간 리그에서 우승을 일궈내지 못했다. 최근 맡았던 6번의 감독직 중 5번은 사실상 경질되다시피 물러났다.

그가 토트넘에 재임하던 시절 제작된 아마존 다큐멘터리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에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그의 훈련은 지루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선수들은 몰입하지 못했다. 하프타임 라커룸 토크는 무관심과 고함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그리고 팀이 경기에선 패배한 후 그는 공개적으로 선수들을 탓한다. 영상 후반부에는 라커룸이 세 갈래로 분열되기도 한다. 소수의 충성파, 그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더 큰 집단, 그리고 단순히 마음을 닫아버린 무감각한 다수다. 무리뉴는 어떤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고, 처음 부임했을 때보다 팀의 상황을 악화시킨 채 짐을 쌌다.

이 실패의 근간에는 전술 이상의 문제가 놓여있다. 바로 '문화'다. 무리뉴의 가장 큰 맹점은 언제나 자신의 개성(그의 아우라 및 의지의 힘)이 한 집단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토트넘은 그나마 정체성이 유약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무리뉴를 거치며 완전히 분해되어 버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는 구단의 상황에 대해 일부 정확한 진단을 내렸지만, 처방을 잘못 내린 듯하다.

그런데 레알 마드리드는 토트넘이 아니다. 맨유나 첼시, 로마와도 다르다.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자부심의 위계, '승리'에 대한 아주 특수한 기대를 가진 구단이다.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에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그는 주변 관계를 처참하게 망가뜨려 놓았다. 무리뉴 본인조차 지난 1월 당시를 회상하며 "거의 폭력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리그 우승 한 번과 국왕컵(코파 델 레이) 우승을 안겨주었지만 그 시절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그의 복귀 소식에 팬들은 양분되었다. 하지만 클럽의 중심축인 페레스 회장은 이미 팬들을 향해 선언했다. "우리 앞에 적이 있으며, 나는 맞서 싸울 것이다." 이제, 무리뉴가 등장할 차례다.

논란, 균열, 음모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과 함께한 조제 무리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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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과 함께한 조제 무리뉴

무리뉴가 현명하게 복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가 개선해야 할 점은 분명하다.

무리뉴는 승리란 '공유된 비전'이어야지, 자신이 강요하는 슬로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의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기록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지침서나 다름없다. 자신의 방법을 선수단에 맞추지 못한 점, 동료들의 요구를 묵살한 점, 승리의 공은 독차지하면서 패배의 책임은 떠넘긴 점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마땅히 큰 스캔들이 되었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조용히 묻힌 사건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무리뉴는 벤피카의 잔루카 프레스티아니가 비니시우스를 향해 저지른 인종차별 혐의에 대해, 포르투갈의 전설 에우제비오를 언급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가장 위대한 전설이 흑인인 클럽은 인종차별적일 수는 없다는 서툰 논리를 펼쳤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놀랍게도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그의 마드리드 복귀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이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어쩌면 마드리드의 현재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의 해결책이 너무나 절실한 나머지, 껄끄러운 의문들을 조용히 덮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드리드 라커룸은 이미 비니시우스와 음바페가 위태로운 공존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2년 동안 선수단 자체적인 분열이 이어져온 온 곳이다. 여기에서 과거와 같은 불화가 재발한다면 곧장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특히 비니시우스와 음바페의 공존은 보다 까다로운 숙제다. 카를로 안첼로티, 사비 알론소, 아르벨로아까지 세 명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 둘을 파트너로 묶어내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진으로 만들 것이라 기대했던 그들의 '케미스트리'는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무리뉴 역시 까다로운 조합이나 개성 강한 선수들을 다뤄온 역사가 있다. 그 기록은 희비가 엇갈리지만, 일단은 희망적인 부분만 따져보자.

무리뉴는 인터 밀란 시절 스트라이커 사무엘 에투를 오른쪽 윙어로 뛰게 만들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또한 마드리드 1기 시절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의 역학 관계를 관리하며, 늘 화목하지는 않았지만 팀은 제대로 굴러가게 했다.

이러한 점을 보면 그가 이번 문제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권위만 가지고서는 풀 수 없다.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 의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무리뉴의 요구 사항은 이미 윤곽이 잡혔다. 그는 영입에 관여하기를 원한다. 반드시 특정 선수의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과 취약 지점에 대한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무리뉴는 팀 내의 균형 문제도 이미 파악을 끝냈을 것이다. 마드리드에서의 첫 번째 임기 당시, 그는 루카 모드리치, 사미 케디라, 메수트 외질의 영입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역사는 그 세 번의 선택이 모두 옳았음을 증명했다.

이와 함께 무리뉴는 자신의 사단을 곁에 두길 원하며, 핵심 보직에 자신이 믿는 사람을 앉히고 싶어 한다. 반면 구단은 기존의 의료 및 훈련 팀을 그대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무리뉴가 자신의 코치진과 구단의 의료진이 섞인 이 '하이브리드 구조'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제대로 협업할 수 있느냐는 그가 정말로 변했는지를 보여줄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가 물려받게 될 유산은 무겁다. 2년 연속 무관에 그친 팀, 열정 없는 경기를 펼치며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에서 두 번이나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팀이다.

페레스 회장이 나선 기자회견에서는 축구와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언론과 음모론, 그리고 자신의 적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석에서는 늘 하던 이야기였지만, 이토록 공개적으로 내뱉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무리뉴의 각본을 그대로 읊을 뿐, 정작 축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제 무리뉴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그는 단순히 축구를 논하는 것을 넘어, 선수들의 신뢰를 얻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클럽의 문화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율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합류하는 이 팀은 그 어떤 개인보다 크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열렸던 기자회견은 분명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것이 화려한 부활이 될지, 아니면 퇴보의 잔혹한 반복이 될지는 무리뉴가 지난 10년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는 배웠다고 말한다. 이제 마드리드는 '그가 정말로 배웠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