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블루라이트, 수면 방해 주범 아니다

사진 출처, Hana Mendel
- 기자, 토머스 저메인
- 기자, BBC 뉴스
- 읽는 시간: 8 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전자기기 화면이 수면을 망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진짜 범인은 휴대전화보다 훨씬 더 거대한 존재다.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특수 제작된 주황색 안전 고글을 잠들기 세 시간 전부터 착용했다. 두껍고 불편한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어 세상을 칙칙한 호박색으로 물들이고, 푸른색 계열은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드는 고글이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갔다. 창문은 암막 커튼으로 가리고 전등은 하나씩 차례로 껐다. 전깃불 대신 아파트 조명은 오로지 촛불만 사용했다. 이처럼 거의 광기에 가까운 나의 수면 루틴은 어떤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블루라이트를 완전히 차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최근 10여 년간 세상은 이 '빛의 악마'에 대해 점점 더 큰 공포를 느껴왔다. 우리는 휴대전화, TV, 컴퓨터, 태블릿, LED 전구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블루라이트에 노출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론적으로 블루라이트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인 일광 리듬을 교란해 수면을 방해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도 일부 존재하지만, 최근 연구와 분석들은 상황이 훨씬 더 복합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우리 중 일부는 이 주제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의 수면을 망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취침 시간에 맞춰 휴대전화의 블루라이트를 줄여주는 기능은 수면 개선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대 생활의 조명 환경이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고 관련 과학 연구들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차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블루라이트 없는 저녁' 속으로 나 자신을 집어넣었다. 그 결과 우스꽝스러운 고글 없이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숙면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블루스크린?
블루라이트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12명의 연구 참가자 중 절반은 잠들기 전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고, 나머지는 종이책을 읽었다. 실험 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잠드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다음 날 더 큰 피로를 느꼈으며 멜라토닌 분비량도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아이패드의 LED 화면에서 나오는 빛을 지목했다. LED 화면은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청색광을 상대적으로 많이 방출한다. 특정 상황에서 이러한 청색광은 일광에 의해 조절되는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방해할 수 있다. 이후 연구들도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하는 듯 보였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스탠퍼드대학교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 교수이자 빛이 생체 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제이미 자이처 교수는 "그것은 매우 기만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 자체에 과학적 결함이 있었다기보다, 그 결과가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 화면이 더 푸른빛을 띠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의 디스플레이와 전구는 LED를 사용하는데, LED는 순수한 백색광을 만들어낼 수 없다. 대신 청색 LED 표면을 황색 형광체로 덮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때 청색과 황색이 섞이면서 우리 뇌는 이를 백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분의 청색광이 일부 방출된다.

사진 출처, Hana Mendel
블루라이트는 실제로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이처 교수는 그 주요 원인이 눈 속에 있는 멜라놉신(melanopsin)이라는 빛 민감성 단백질에 있다고 설명했다. 멜라놉신은 수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멜라놉신은 청색광에 민감한 단백질로, 기본적으로 블루라이트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색의 빛에도 반응하지만, 블루라이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그러나 그는 "전자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의 양은 실제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실험실 조건과 우리의 일상 환경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하루 종일 매우 어두운 환경에 두었다가 강한 빛 자극을 주는 방식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블루라이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생활 환경을 반영하지 않는다.
수년간 경고가 이어지며 수백만 명이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을 사용해 왔지만, 최신 연구들은 전자기기 화면이 수면 장애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연구를 종합한 리뷰에 따르면,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많아야 약 9분 정도 수면을 지연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바꿀 결정적인 수준도 아니다.
또한 휴대전화 및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의 양은 태양광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하다. 한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24시간 동안 방출하는 블루라이트 총량이 야외에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받는 양보다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연구들 역시 이 정도의 빛으로는 수면 호르몬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블루라이트뿐 아니라 전반적인 빛 노출 방식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푸르스름한 빛
실험 첫날, 해가 질 무렵 나는 집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후 8시 30분쯤이 되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빛을 피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수면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러한 준비는 잠자리에 들기 훨씬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의 루틴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고글을 쓰는 것에서 시작됐다. 흔히 안경점에서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해 준다는 투명 코팅을 권하기도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진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전혀 멋지지 않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제대로 된 제품은 진한 오렌지색이나 붉은색, 혹은 호박색 렌즈를 사용하며 측면까지 막아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부 제조사는 차단 성능을 보여주는 스펙트럼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의 수면·시간생물학 연구 책임자인 호바르 칼레스타드는 "이 안경을 쓰면 파란색 빛은 거의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사용한 고글은 원래 레이저 작업자를 위한 보호 장비였다. 이를 쓰고 창밖을 보니 멀리 있던 파란 네온사인이 완전히 사라졌다. 효과는 확실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취재를 위해 이 실험을 감수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니 모든 것이 주황색으로 보였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빛의 영향이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TV 사용 습관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이 안경은 시작에 불과했다.
칼레스타드 교수는 "집을 동굴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빛을 차단하고 촛불만 사용하세요." LED 조명은 상당한 양의 블루라이트를 방출하지만, 촛불은 거의 그렇지 않다.
내가 사는 뉴욕은 결코 진정한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도시다. 나는 창문을 암막 커튼으로 가리고 방 안을 거의 완전한 어둠 상태로 만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남은 빛은 촛불과 휴대전화뿐이었다. 아직 잠은 오지 않았다. 앞으로의 몇 주가 길게 느껴질 것 같았다.
블루라이트에서 벗어나는 방법
전문가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하루 동안 노출되는 빛의 총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적의 수면을 위해서는 아침에 충분한 양의 빛을 쬐고, 밤에는 훨씬 적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블루라이트가 다른 빛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체적인 빛 노출량이다.
나는 해결책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험 기간 동안 나는 매일 아침 1980년대 SF 영화 소품처럼 생긴 램프 앞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이 램프는 내 얼굴에 강한 빛을 정면으로 비추었다. 램프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칼레스타드 교수는 가능한 한 가까이 붙어 앉으라고 조언했다.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이 램프는 원래 계절성 우울증 치료를 위해 설계된 것으로, 빛의 색온도 역시 임상적으로 푸른빛에 가깝다. 이러한 빛을 아침에 쬐면 각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는 이날 밤 노출될 빛의 영향에 덜 민감해지도록 눈을 준비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사진 출처, Hana Mandal
자이처 교수는 "낮 동안 더 많은 빛을 쬘수록, 저녁에 노출되는 빛의 영향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사람들은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빛에 노출되어 있었다. 출근길의 햇빛, 사무실 형광등, 점심시간의 짧은 외출 등이 모두 그 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거의 동일한 조명 아래에서 생활한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은 낮과 밤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어떤 램프보다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자이처 교수에 따르면 흐린 날에도 야외에서는 약 1만 럭스의 빛을 받게 된다. 맑은 날에는 이 수치가 10만 럭스에 달하기도 한다. 반면 일반적인 실내 조명은 약 100럭스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또한 휴대전화 화면의 밝기는 최대 50~80럭스 정도이며, 밝기를 낮추면 훨씬 더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칼레스타드 교수는 "가능하다면 밖으로 나가고, 그렇지 않다면 램프라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아침에 단 30분만 산책해도 확실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물론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다). 자이처 교수는 오후 3시 이후 한 번 더 야외에 나가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생체 시계를 더욱 안정시키고, 저녁 시간대 빛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시도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낮 동안에는 조명을 최대한 밝게 유지하고, 저녁이 되면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자이처 교수는 "빛 노출의 핵심은 그 차이를 대조적으로 크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실내에서 화면만 바라보며 자연광을 거의 쬐지 않는 생활은 분명 수면에 좋지 않다. 그러나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자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 자이처 교수는 진짜 문제는 우리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기기에서 나오는 빛이라기보다, 그 안에서 소비하는 콘텐츠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마다 빛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빛의 영향도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의 블루라이트 연대기
나는 수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면 추적기를 사용했다. 전문 연구 수준의 정밀한 기기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실험 기간 동안 수면의 질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몇 가지 작은 차이는 있었다. 2주 차가 끝날 무렵, 나는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려는 의지가 조금 더 강해졌고, 잠드는 과정도 약간 더 수월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총 수면 시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취침과 기상 시간이 더 일정해졌다. 이것이 블루라이트 차단의 효과인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였다.
분명한 것은 촛불 아래에서 보내는 저녁 시간을 점점 더 기다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 자체가 수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자이처 교수는 특정 행동이 "취침 전 루틴의 일부가 되면,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심리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이 기능이 생물학적으로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필터를 켜거나 안경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조건반사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면 색이 변하거나 안경을 쓰는 순간, 뇌가 '이제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묵더라도, 내가 그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은 아마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결국 그 안경을 벗어던지며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촛불만큼은 계속 켜둘지도 모르겠다.














